[세계일주] #11 와라즈 : 파스토루리 빙하 트레킹
#11 와라즈 : 파스토루리 빙하 트레킹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로 트레킹을 떠날 준비를 했다.
파스토루리 빙하는 해발 5천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고산병의 위험이 있는 곳이다.
호스텔에서 투어를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으며 가격은 30솔.
오전 8시 반에 호스텔 로비에 모여 미니벤을 타고 출발했다.
드디어 출발
와라즈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니 안데스 산맥의 멋진 대자연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날씨도 트레킹하기에 완벽했고 중간중간에 가이드가 이런저런 설명을 많이 해 주었다.
안데스 산맥
대자연속으로 들어가니 20대 초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했을 때와 너무 비슷했다.
만년설로 덮힌 고봉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이 사진을 찍은 장소만 해도 고도가 해발 4천미터를 넘어서는 곳인데 다행히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같은 차를 타고 왔던 스페인 여행자 한명은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이며 매우 힘들어 했다.
고산병 증상을 가장 빠르게 이겨내는 방법은 다시 고도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어느정도 낮은 곳으로 내려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증상이 사라지는데 정말 신기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페루에만 있는 식물
이름이 너무 어려워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꽃이 피는데 그 주기가 무려 25~27년 이라고 한다.
알로에 같이 생기기도 했고 선인장처럼 가시가 있는 신기한 식물.
대자연 속의 나
인터넷, TV, 책 등 각종 미디어로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곳을 직접 걸으며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여행의 큰 매력이다.
여행을 시작한지 이제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앞으로의 여정도 큰 기대가 된다.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와라스에서부터 차로 약 3시간을 달려 드디어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
이 구간부터는 걸어서 가야하는데 목적지까지 약 1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길도 잘 만들어 놓았고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며 안도하는 순간
차에서 내리자마자 뭔가 느낌이 심상치 않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고 산소가 부족해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찼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이미 고도가 4,500 미터정도라고 했다.
안나푸르나에서 고산병으로 개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고산병을 극복하기 위해
와라스에 도착한 순간부터 코카차를 수시로 마셨고 코카잎을 사서 씹어먹기도 했는데
4,500~5,000미터 구간은 정말 나에게는 마의 구간이었다.
중간중간 무조건 쉬어야 한다
목적지까지 한 시간 거리였지만 가는 동안 3번은 앉아서 푹 쉬었다.
서두르려는 욕심은 결국 고산병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정말 천천히 올라갔다.
목적지가 눈 앞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페이스 조절을 하며 쉬엄쉬엄 올랐더니 목적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해발 5,100M 파스토루리 빙하
오늘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머리는 깨질 것처럼 아팠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이 대단했다.
마주한 빙하는 생각보다 그 규모가 컸고 오묘한 색감이 너무 멋졌다.
빙하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바로 앞까지 가 보았다.
엄청 단단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부셔졌다.
빙하조각을 잔에 담아 위스키를 한 잔 하려고 미니어처를 가지고 왔는데
지금 여기서 술을 마셨다가는 머리가 쪼개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참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 곳에 올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파타고니아의 모레노빙하에 가고 싶었지만 여행 일정상 파타고니아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 그 대신 선택했던 와라스.
오는 여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