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33 남미에서의 첫 대도시, 산티아고
#33 남미에서의 첫 대도시, 산티아고
깔끔하게 정돈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벌써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남미의 여러 곳을 거쳐 이곳까지 왔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를 시작으로 와라즈, 이까, 쿠스코, 코파카바나, 라파즈, 수크레, 우유니, 아타카마를 거쳐 벌써 10번째 도시.
칠레의 수도인 이곳 산티아고의 첫인상은 대도시 답게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들과 높은 현대식 건물들. 여느 대도시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동안 거쳐온 곳들 과는 분명 많은 것들이 달랐다.
지난 한 달동안 이런 대도시가 너무 그리웠다.
페루-볼리비아를 거쳐오며 열악한 환경의 호스텔과 식당,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 날 정도로 느린 인터넷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산티아고에 오고나서부터는 그런 것들이 확실히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또 한 가지 좋아진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신호를 잘 지킨다는 것
페루나 볼리비아, 특히 라파즈에서는 신호등이 왜 있나 싶을정도로 차도 사람도 전부 신호를 무시했고
길을 건널 때에는 분명 파란불 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신호도 잘 지키고 운전 매너도 상당히 좋은 것 같았다.
큰 도시에 오니 마음이 편해졌다
마치 산 속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문명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는데,
마트나 식당을 찾아 한참을 걷지 않아도 곳곳에 있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산티아고는 유럽의 도시들과 그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는데 실제로 유럽풍의 건물들이 상당히 많았다.
거리 한쪽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아저씨들
뭔가 종로의 탑골공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칠레에서도 경찰 아저씨들이 흔쾌히 사진 촬영에 응해주셨다
말을 타고 다니는 경찰들은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지만 호주에서도 그랬고 다른 남미 국가에서도 간혹 볼 수 있었다.
건물들도 다 너무 예쁘고 날씨도 좋아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고산지역도 아니라서 오래 걸어다녀도 숨이 차지 않아 좋았고 곳곳에 구경거리가 많았다.
걷고있는 거리도 깨끗하고 개나 소의 똥을 밟을 걱정을 안해도 되는 것도 좋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나 비싼 물가. 역시 무엇이든 완벽한 것은 없나보다.
산티아고 시내 중심지역은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리 일정을 짜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지도를 보며 문제 없이 일정을 소화했다.
아르마스 광장이 내부 공사로 인해서 볼 수 없었지만 주변 건물들이 너무 예뻐서 크게 상관은 없었던 것 같다.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모네다 궁전
칠레 대통령의 관저로 쓰이고 있는 이곳은 칠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에 당시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이곳을 최후의 보루로 삼고
마지막까지 쿠데타 세력에 저항하다가 항복하느니 죽는 것이 낫다고 하여 이곳에서 자결했다고 한다.
그가 죽은 뒤에 쿠데타 세력이 집권하여 군부 독재로 이어졌는데 이 시기가 칠레 국민들에게는 매우 힘든 암흑기였다고 한다.
이런 역사들을 알고 보는 것과 아무 사전지식이 없이 보는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가이드북이나 현지인들을 통해 숙지하고 있다.
모네다 궁전을 둘러본 뒤에는 산타루시아 언덕으로 향했다.
산타루시아 언덕에 오르면 산티아고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이곳 사람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장소 중 하나라고 한다.
서울의 남산타워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언덕도 그리 높지 않아 오르는데 힘들지도 않고 한번 쯤 가볼 만 하다.
산타루시아 언덕에서 바라 본 산티아고
실제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도 저기도 커플, 온 천지가 커플이다.
잔디밭에도 계단에도 벤치에도 저마다 커플들이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산티아고에는 분명 산티아고 만의 매력이 있었다.
물가가 상상 이상으로 비쌌지만 남미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싶다면,
그리고 그동안의 많은 투어들과 트래킹으로 지쳤다면 산티아고에 가보자.